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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칼럼수아벨 원장· 2026년 6월 9일

[의사아빠 자폐치료] #36 자폐는 유전될까

유전과 환경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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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는 유전될까

원장의 핵심 주장

자폐는 유전됩니다. 다만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배운 우성·열성, '걸렸다/안 걸렸다'식의 이분법적 유전이 아니라, 누구나 만들어내는 수많은 유전 변이가 연속선 위에서 누적되고, 거기에 환경 요인이 겹칠 때 비로소 증상으로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자폐는 암 유전자처럼 빼도박도 못하는 숙명이 아니라, 충분히 도와줄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왜 합리적인 접근인가

원장이 이 회차에서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것은 '병이 있다 / 없다'는 이분법입니다. 인간의 질병은 대부분 연속(continuum) 선상에 있습니다. 같은 2형 당뇨라도 누구는 심하고 누구는 약하며,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 중 한 명만 발병하기도 합니다. 정신과 영역도 마찬가지여서, 정신증(psychosis)과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 양극성장애의 조증·울증, 조현병의 양성·음성 증상이 모두 '심하냐 덜하냐'라는 정도의 차이로 한 스펙트럼 위에 놓입니다. 자폐를 ASD, 즉 자폐'스펙트럼'장애라 부르는 것 자체가 이 연속성을 인정한 이름입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자폐냐 아니냐"라는 질문에 한 사람의 운명을 거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이 연속성을 유전에 적용하면 BAP(Broader Autism Phenotype, 광의의 자폐 표현형)라는 개념이 보입니다. 진단 기준에는 들지 않지만 사회적 소통이나 상호작용에서 자폐와 결이 같은 특성을 옅게 지닌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부모 세대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쌍둥이 연구를 비롯한 가족 연구에서 BAP는 ASD와 매우 비슷한 유전적 성향을 보였습니다. 원장이 소개하는 '실리콘밸리 이펙트' — 똑똑하고 성공한 부모 밑에서 ASD 아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관찰되는 현상 — 의 유력한 설명도, 그 부모들이 BAP 성향을 가졌고 비슷한 성향끼리 잘 만나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BAP와 ASD가 한 연속선 위에 있다고 보면 이 모든 그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유전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다운증후군처럼 염색체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는 '빼도박도 못하는' 유전이 맞습니다. 그러나 ASD의 대부분은 그런 단일 결정 인자가 아니라,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질 때마다 누구나 새로 생성하는 무수한 변이(variant)의 누적입니다. 변이는 모두에게 전달되지만, 그것이 실제 증상으로 발현되느냐는 페네트런스(penetrance, 침투도)의 문제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유전 요인 하나만으로는 좀처럼 발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긴 길이를 가진 자폐 관련 유전자(long genes)나 X 염색체의 보호적 역할처럼 발현을 억누르는 장치들이 작동하기 때문에, 유전적 소인에 염증·환경 같은 또 다른 요인이 겹쳐야 증상으로 넘어갑니다. 바로 이 지점이 원장의 결론입니다. 유전 요인이 크긴 하지만 그것이 단독으로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고, 환경적 요인과 함께 작동하기에 — 환경 쪽을 다룰 여지가 있는 한 — 아직 구해낼 수 있는 아이가 많습니다.

핵심 논지

  • 인간의 질병은 '있다/없다'가 아니라 연속(continuum) 선상에 있으며, 이분법적 진단은 행정·편의를 위한 구분일 뿐이다.
  • ASD는 이 연속성을 이름에 담은 스펙트럼 질환이고, 정신과적 질환 전반과도 연속선상에 놓인다.
  • 진단 기준 아래의 자폐 성향인 BAP가 부모 세대에 흔하며, 쌍둥이·가족 연구에서 ASD와 유전적 성향이 매우 유사하다('실리콘밸리 이펙트'의 배경).
  • 자폐는 유전되지만, 그것은 누구나 만들어내는 변이의 누적이지 단일 결정 유전자가 아니다 — 페네트런스가 관건이다.
  • 유전 요인 단독으로는 잘 발현되지 않고, 환경·염증 등 다른 요인과 겹칠 때 증상으로 드러난다(유전 × 환경).
  • 따라서 '누구 잘못'을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고, 환경 요인을 다룰 여지가 있는 만큼 치료를 우선하는 것이 옳다.

영상에서 제시한 근거

원장은 어려운 유전학을 악필이나마 직접 손으로 그려가며 풀어냅니다. 당뇨병을 예로 들어 "유전적 요인이 크다"는 말이 왜 같은 형제 중 한 명만 발병하는 현실과 모순되지 않는지를 보여주고, 그 논리를 ASD에 그대로 연결합니다. 또한 진료실에서 직접 관찰한 장면들 — 초진에서 원장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엄마의 말만 듣는 'aloof'한 아빠, 활발히 말하지만 상황의 논점을 잘 잡지 못하는 'active but odd'한 엄마 — 을 최신 BAP 연구의 기술과 겹쳐 설명하며, 자신 또한 그런 성향이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결론에서 원장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자폐도, BAP도, 성격도 모두 유전되지만 그것을 이분법으로 재단해서는 안 되며, 이미 벌어진 일에서 '누구 잘못'을 가리기보다 결과를 좋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PubMed)

  1. Future Prospects for Epigenetics in Autism Spectrum Disorder. (Molecular Diagnosis & Therapy, 2022)
    •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점: 수십 년의 유전 연구에도 ASD는 단일한 유전 변이 세트로 진단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지나치게 이질적이라는 것이 이 분야의 합의라고 정리합니다. 그래서 연구의 초점이 환경 노출과 유전자×환경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분자 지표로 넓어졌다는 설명은, '유전 단독으로는 발현되지 않고 환경과 겹쳐야 한다'는 원장의 핵심 논지를 그대로 뒷받침합니다.
    • 특히 주목할 점: DNA 메틸화 같은 후성유전 변화가 여러 유전적·환경적 영향을 한데 모아 유전자 발현 차이로 이어진다는 대목이, 원장이 그린 '연속선 위의 변이 + 환경'이라는 그림과 정확히 맞닿습니다.
  2. Transgenerational inheritance: how impacts to the epigenetic and genetic information of parents affect offspring health. (Human Reproduction Update, 2020)
    •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점: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이 DNA 서열뿐 아니라,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안정적인 후성유전 정보까지 함께라는 점을 정리한 리뷰입니다. 자폐를 비롯한 형질이 부모로부터 '유전'된다는 원장의 전제를, 분자 수준에서 뒷받침합니다.
    • 특히 주목할 점: 후성유전 마크가 가역적이며 발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재프로그래밍을 거친다는 설명은, 자폐가 빼도박도 못하는 숙명이 아니라 '아직 구해낼 여지가 있는 상태'라는 원장의 낙관을 뒷받침합니다.
  3. Age-associated epigenetic changes in mammalian sperm: implications for offspring health and development. (Human Reproduction Update, 2023)
    •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점: 정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누적되는 후성유전 변화가, 생활습관으로 조정되는 다양한 환경 노출과 맞물려 자손의 초기 발달과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자·난자가 변이를 만들어내고 환경 요인과 겹쳐 발현된다'는 원장의 설명과 결을 같이합니다.
    • 특히 주목할 점: 부계(아버지) 연령과 노출이 자손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지적은, '엄마 닮은 게 아니다'라는 식의 책임 가르기가 무의미하다는 원장의 메시지와 통합니다.

보호자를 위한 정리

  • '우리 아이가 자폐인지 아닌지'라는 이분법적 질문에 모든 것을 걸지 마세요. 자폐는 연속선 위의 상태이며, 중요한 것은 진단명이 아니라 지금 아이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입니다.
  • 자폐가 유전된다는 사실이 곧 '바꿀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전 요인은 대개 환경 요인과 겹쳐야 발현되므로, 환경 쪽을 다룰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 '누구 잘못'을 따지는 데 에너지를 쓰지 마세요. 부모 어느 쪽의 탓도 아니며, 책임을 가리는 일은 아이의 결과를 좋게 만드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둘째를 고민하신다면, 재발 가능성이 일반 가정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되, 그 역시 결정된 운명이 아니라 연속선 위의 확률이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 본 칼럼은 원장의 임상 경험과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일반 건강정보이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적용은 진료 상담을 통해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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