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성장통이겠지

4화. 성장통이겠지
"남자애들은 원래 좀 늦어요. 걱정 마세요."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소아과 선생님도, 주변 부모들도, 심지어 친정어머니도 그렇게 말했다. 다들 선의로 하는 말이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조여들었다.
아이는 만 1세 8개월이었다. 또래 아이들은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고, 짧은 문장을 흉내 내고,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렸다. 내 아이는 달랐다. "아빠"도 "엄마"도 없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렸다. 눈 맞춤이 짧았다.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일이 없었다.
언어 발달이 늦는 아이들이 있다.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의사다. 진료실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을 봐왔다. 그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어떤 감각, 설명하기 어렵지만 무시하기도 어려운 그 직감이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다.
"이건 단순히 늦는 게 아닐 수 있다."
아내에게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괜히 불안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 말하는 건 더욱 어려웠다. 의사인 아빠가 자기 아이 걱정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게 어떻게 들릴지 알고 있었다. 과민한 아버지, 직업병, 그런 시선들.
그래서 혼자 안고 있었다. 진료가 끝난 저녁,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넘기면서 나는 아이의 눈을 자꾸 살폈다.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툭 고개를 돌려버리는 그 눈. 내가 뭔가를 가리켜도 따라오지 않는 그 시선.
이건 성장통이 아니야. 나는 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직은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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