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여름방학

51화. 여름방학
8월 달력을 처음 펼쳤을 때, 가슴이 내려앉았다.
빈 칸이 너무 많았다. 네모 안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날들이 줄지어 있었다. 지난 1년간 우리 달력은 늘 가득 찼다. 언어치료, 감각통합, 인지발달 — 한 주에 세네 번씩 치료실을 오갔다. 그 빼곡한 일정이 불안을 막아주는 방벽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감각. 지금 나아가고 있다는 확인. 달력이 비어있으면 아이가 멈추는 것 같았다.
치료사 선생님이 여름방학을 제안했을 때, 솔직히 반대하고 싶었다. 아이에게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몸이 따르지 않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에 두 번. 나머지 날은 그냥 보내라는 것이었다.
8월의 두 번째 주, 우리는 계곡에 갔다.
아내가 먼저 들어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 희원이는 처음에 발끝만 담갔다. 차가운 물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감각이 낯선 듯, 잠시 굳어서 섰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아이가 치료실에서 새로운 과제 앞에 섰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긴장하지만, 도망치지 않는 얼굴.
그러다 희원이가 한 발을 더 들였다.
"차가워." 두 단어였지만 분명했다. 아이의 목소리에는 거부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닌, 순수한 관찰이 담겨 있었다. 차갑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들어서는 아이를 보며, 나는 처음으로 달력의 빈 칸이 다르게 보였다.
치료 없는 날들이 아이에게 빼앗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차갑다고 말하고, 더 깊이 들어갔다. 치료실에서 배우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고르지 않은 돌 위를 걸으며 균형을 잡았고, 물의 흐름에 손을 뻗으며 감각을 익혔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점심을 먹고 나서 희원이는 물가 근처 편평한 돌에 앉아 오래 물을 바라봤다. 특별한 말도, 특별한 행동도 없었다. 그냥 앉아서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오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희원이는 금방 잠들었다. 뒷좌석에서 작게 코를 골며 자는 아이를 백미러로 보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쉰다는 건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방향을 바꿔 자라는 것이었다. 치료실이 줄 수 없는 여름이 있었다. 계곡물의 차가움, 돌의 울퉁불퉁함, 그냥 앉아서 흐름을 바라보는 오후. 달력의 빈 칸은 아이가 아이로 있을 수 있는 자리였다.
8월이 지나고 나서, 나는 달력을 다시 보는 법을 조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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