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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70화. 킹콩바난자

70화. 킹콩바난자

70화. 킹콩바난자

별일 없는 저녁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 아이가 식탁 위 바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맥락 없이 물었다. "아빠, 바나나 하면 뭐가 떠올라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노란색?"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달콤하다?" 아이가 또 끄덕였다. "아빠는요?" 내가 되물었다.

아이가 잠깐 멈추었다. 눈이 어딘가를 향했다. 천장도 아니고 허공도 아니었다. 아이 안에 있는 어딘가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했다.

"킹콩바난자."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뭐?"

"킹콩바난자요. 바나나 하면 킹콩바난자."

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마치 그 단어가 원래부터 있는 것처럼. 아이의 세계에서는 있는 것처럼.

나는 한동안 그 단어를 속으로 굴려보았다. 킹콩바난자.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킹콩도 있고 바나나도 있는데, 그 사이에 바난자가 끼어 있었다. 바나나의 변형인지, 새로운 무언가인지. 물어보았다. "킹콩바난자가 뭐야?"

"그냥 킹콩바난자요."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아이는 이미 바나나를 먹기 시작했다.

5년 전을 생각했다. 말이 없던 아이.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던 아이. 뭔가를 원할 때 내 손을 끌고 가서 물건을 가리키던 아이. 그 손끝을 따라가면서 나는 말을 가르쳐보려고 했다. 이건 뭐야, 이렇게 말해봐.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했고, 말은 아주 천천히 왔다.

그 말이, 오늘 킹콩바난자가 되었다.

언어는 배우는 것이지만, 동시에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단어를 습득하는 것이 언어 발달의 기초라면, 그 기초 위에 자기만의 표현을 얹는 것이 언어의 꽃이다. 아이는 오늘 꽃을 피웠다. 아직 사전에 없는 단어로. 아직 다른 누구도 쓰지 않는 표현으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창조가 아니면 무엇인가.

킹콩바난자.

나는 그 단어를 메모장에 적었다. 발음해보았다. 킹콩바난자. 이상하게 듣기 좋았다. 킹콩이 바나나를 한 손에 들고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는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이가 만든 단어는, 내 머릿속에도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게 언어가 하는 일이 아닌가. 전달하는 것. 닿는 것. 듣는 사람의 안에서 무언가를 일으키는 것.

저녁 식탁이 조용해졌다. 아이는 바나나를 다 먹고 빈 껍질을 내게 내밀었다. "버려줘요." 나는 껍질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한 번 더 물어보았다. "킹콩바난자, 다음에 또 나와요?"

아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웃었다. "모르겠어요. 나중에요."

나는 웃으며 껍질을 버렸다. 오늘 세상에 없던 단어가 하나 생겼다. 말 한마디 없던 아이가 오늘 새로운 언어를 창조했다. 킹콩바난자. 설명도 없고 사전도 없지만, 그게 오늘 우리 식탁에 있었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했다. 아니, 충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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