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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칼럼수아벨 원장· 2026년 6월 9일

[의사아빠 자폐치료] #44 우공이산: 작은 변화가 쌓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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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작은 변화가 쌓이는 시간

원장의 핵심 주장

우리 아이가 어린 '디지즈(disease·질병)'의 시기에 있을 때는, 자폐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명히 주장해야 의료적 치료와 보험의 문이 열립니다. 지금 이 짧은 창(窓)에서 몸을 먼저 보고 꾸준히 손을 대는 일 — 그것이 훗날 평생 가는 '디서빌리티(disability·장애)'로 굳어지는 길을 막아내는 우공이산의 시작입니다.

왜 합리적인 접근인가

저는 진료실에서 '자폐는 장애지 질병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를 환자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이 말은 따뜻하고, 어떤 분에게는 분명히 옳습니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느냐를 냉정히 따져 보면, 그 한 마디가 우리 아이의 손에 쥐어질 카드를 바꿔 버립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질병(disease)'으로 분류될 때 의료보험과 치료적 행위를 열어 주고, '장애(disability)'로 분류될 때는 복지·바우처·교육 지원으로 길이 갈립니다. 같은 우리말 '장애'로 옮겨 적힌 두 단어가,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서비스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여기서 제가 거듭 강조하는 것이 '시기'입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 제 경험으로는 대략 20개월에서 36개월 사이 — 에는 ASD가 아직 'disorder', 즉 질병에 가까운 결을 띱니다. 이 시기에는 피검사를 하고, 대변검사를 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의학적 접근이 실제로 의미 있게 통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를 '장애'라고 단정해 버리면, '장애인인데 왜 피검사를 하느냐, 왜 비타민 주사를 놓느냐, 그건 실비가 안 된다'는 벽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아이일수록 '아직은 질병으로 봐 달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야 검사와 치료, 그리고 그에 대한 보험의 통로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장애'라는 시각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성인 자폐의 현실을 보면, 한 가정이 홀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라면, 그때는 '장애'로 분명히 주장해서 국가와 사회가 함께 키우는 복지의 길로 들어가야 합니다. 24시간 아이를 돌보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부모님께는 양육수당이 아니라 그 돌봄에 상응하는 인건비가 지급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질병으로 보고 의학적 치료를 다하고, 그다음 장애의 혜택은 학교와 사회 진출의 시기에 챙기는 것 — 이 순서가 우리 아이에게 가장 이득입니다.

핵심 논지

  • '질병(disease)'과 '장애(disability)'는 둘 다 '장애'로 번역되지만, 시스템에서는 전혀 다른 문을 연다 — 하나는 의료적 치료(medical treatment), 하나는 돌봄과 교육(care & education).
  • 우리 사회는 '질병'으로 볼 때 의료보험과 치료를, '장애'로 볼 때 복지·바우처를 지원하므로, 어떤 표현을 쓰느냐가 아이가 받을 혜택을 결정한다.
  • 아이가 어린 '디지즈'의 시기(대략 20~36개월)에는 ASD가 질병에 가까운 결을 띠고, 이때 몸을 보는 의학적 접근이 실제로 통하는 순간이 있다.
  • 이 시기를 '장애'로 단정하면 검사·주사·치료가 '실비가 안 되는' 영역으로 밀려나므로, 어릴 때는 '아직 질병으로 봐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시간이 흐른 뒤의 '장애' 혜택(복지·특수교육·사회보장)은 학교와 사회 진출의 시기에 챙기면 된다 — 순서가 핵심이다.
  • 우리의 목적은 '디지즈에서 디서빌리티로 끝나 버리는 길'을 막는 것, 즉 작은 노력을 꾸준히 쌓아 산을 옮기는 우공이산이다.

영상에서 제시한 근거

원장은 아이가 ASD로 의심된 직후, 가장 먼저 '이 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20년 후 우리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를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성인 자폐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시사 프로그램은 자료가 많았지만 대부분 자극적이고 절망적이어서, '이 모든 게 한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를 절감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원장은 두 가지를 동시에 붙들었습니다. 하나는 '훗날 한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 한다'는 장애로서의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굳어지기 전, 아직 어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몸을 보고 의학적으로 손을 대야 한다'는 질병으로서의 시각입니다.

원장은 또한 ABA(응용행동분석)나 언어치료·작업치료의 가치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장애' 단계의 핵심 접근이라면, 그보다 앞선 어린 '질병'의 단계에서는 의학적 돌봄이 효과적인 짧은 창이 따로 있다는 점을 짚습니다. '왜 하필 36개월이냐, 40개월에 시작해도, 50개월에 시작해도 좋아진 아이가 많다'는 보호자들의 반문에 대해서도, 원장은 늦게 시작해도 개선(improve)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장애로 굳어지는 흐름 자체를 되돌릴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면, 더 이른 시작이 더 큰 가능성을 연다는 임상적 판단을 솔직하게 전합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우공이산의 마음 — 지금 이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쌓여 언젠가 큰 산을 옮긴다는 믿음 — 이 놓여 있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PubMed)

  • 이번 회차는 가족의 일상과 치료 여정을 담은 기록으로, 원장의 직접 경험을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보호자를 위한 정리

  • 아이가 어릴수록 'ASD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시각을 분명히 하는 것이 검사·치료·보험의 문을 여는 데 유리합니다. 진단 시기와 분류는 우리 아이에게 돌아올 혜택을 기준으로 신중히 설계하세요.
  • 질병으로서의 의학적 접근(몸을 보는 검사와 치료)과 장애로서의 사회적 지원(복지·특수교육·사회보장)은 대립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 어릴 때는 치료를, 자란 뒤에는 복지를 챙기세요.
  • 시작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늦게 시작해도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의학적 접근이 효과적인 이른 창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든든한 출발입니다.
  • 하루하루의 작은 변화가 더디게 느껴져도, 그것이 쌓이면 흐름을 바꿉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꾸준히,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길을 진료를 통해 함께 찾아가세요.

※ 본 칼럼은 원장의 임상 경험과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일반 건강정보이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적용은 진료 상담을 통해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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