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벨
커뮤니티로
원장칼럼수아벨 원장· 2026년 6월 9일

[의사아빠 자폐치료] #43 자폐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말의 의미

완치와 치료의 구분 삽화

영상으로 보기

자폐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말의 의미

원장의 핵심 주장

"자폐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말은,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 우리 아이를 위해 완성된 약을 무료로 쥐여 주지 않는다는 뜻이지, 부모가 아이의 몸을 케어하며 발달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찾고 공부하고 시도한 흐름들이 모여 의학의 진보가 만들어졌고, 자폐도 예외가 아닙니다.

왜 합리적인 접근인가

원장은 이번 회차에서 영화 한 편, 1992년작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을 함께 봅니다. 주인공 로렌조는 여섯 살 무렵 부신백질이영양증(ALD, adrenoleukodystrophy) 이라는 병에 걸립니다. 뇌에 특정한 지방(초장쇄지방산)이 쌓이면서 신경계의 수초가 망가지고, 발병하면 흔히 2년 안에 운동·인지 기능을 잃고 사망에 이르는 유전성 대사질환입니다. 당시에는 치료약이 없었습니다.

의학적 배경이 없던 로렌조의 부모, 오도네 부부는 도서관과 연구소에서 밤낮으로 공부하며 가설을 세웁니다. 몸이 초장쇄지방산을 과잉 생산하니, 오히려 다른 종류의 지방산(올리브유에서 얻은 올레산과 에루크산)을 먹여 그 합성을 억눌러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 관련 의사들을 자비로 불러 모아 토론하고, 생화학자의 도움으로 기름을 정제해 내고, 자기 아들에게 직접 적용해 혈중 지방산 수치를 절반 가까이 떨어뜨리는 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로렌조 오일'로 아들은 서른까지 살았습니다. 원장은 이 과정을 두고 "굉장히 합리적인 판단" 이었다고 짚습니다. 막연한 기적이 아니라, 대사의 기전을 읽고 거꾸로 손을 댄 추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장이 이 영화를 통해 진짜로 보여주려는 것은 그 뒤의 현실입니다. 로렌조 오일은 식물성 기름이라 '식품'으로 분류되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한 병에 20만 원 안팎, 한 달이면 200~250만 원이 듭니다. 효과도 모두에게 같지 않아 아직 증상이 없는 아이에게는 예방적 효과가 상당했지만(약 74%), 이미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영화가 다시 주목받은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보험은 되지 않고, 아무도 그 일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노벨상급 기술로 만든 ALD 유전자치료 주사도, 조로증 치료제도 1년에 수십억 원이 듭니다. 원장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세상은 우리 아이에게 공짜로 무언가를 해 주지 않으며, 그러니 부모가 스스로 찾아 나서는 일에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 논지

  •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말은 '시도가 무의미하다'가 아니라, '시스템이 완성된 답을 거저 주지 않는다'는 현실의 묘사다.
  • 로렌조 오일은 부모가 대사 기전을 읽고 거꾸로 추론해 만든, 막연한 기적이 아닌 합리적 시도의 산물이다.
  • ALD처럼 뇌가 망가지는 대사 기전, 그리고 그것을 식이·대사 교정으로 늦추려는 접근은 자폐를 바라보는 시각과 결이 닿아 있다.
  • 진짜 장벽은 의학이 아니라 비용과 무관심이다 — 희소질환 치료는 보험에서 밀려나고, 신약은 수십억 원대다.
  • 그래서 부모의 자기주도적 공부와 시도가 진보의 동력이며, 이는 자폐든 고혈압·당뇨든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온 흐름이다.
  • 시기가 중요하다 — 로렌조 오일처럼 일찍 시작할수록 의미가 크고, 자폐도 가능한 한 어릴 때(대략 20~36개월 이전) 아이의 몸부터 케어하는 시도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영상에서 제시한 근거

원장은 앞선 영상에 달린 거센 비난 — "당신 아이는 치료된 게 아니다", "자폐 아이가 말하게 하는 건 쉬운 일이다" 같은 말들 — 에 답하며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핵심은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로렌조 오일〉이라는 실화를 통해 '아무도 우리를 거저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함께 직시하자는 데 있습니다.

원장이 영화에서 길어 올린 근거는 구체적입니다. ① 비전문가인 부모가 대사 회로를 공부해 세운 가설이 실제로 혈중 수치를 절반 가까이 낮췄다는 점, ② 그럼에도 그 약이 '식품'으로 분류되어 보험 밖에 머물며 월 수백만 원이 든다는 점, ③ 효과조차 시기에 따라 갈려 신경 손상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 ④ 노벨상급 신약마저 1년에 수십억 원이 든다는 점입니다. 원장은 자신이 자폐를 불치병으로 단정하지 않고 "이건 대사 이상이고, 이렇게 손대면 좋아질 것 같은데 그런 논문 있나" 하고 끝없이 찾아 시도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호자들에게 당부합니다 —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당시엔 최선이었을 테니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 막 아이의 상태를 알게 된 부모가 무언가를 해 보려 할 때, 그 발걸음을 "그거 안 고쳐져"라는 말로 막지는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PubMed)

  1. Retrospective analysis of clinical records in 38 cases of recovery from autism. (Annals of Clinical Psychiatry, 2010)
    •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점: 집중 조기 개입(ABA)을 받은 자폐 아동 중 또래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기능을 회복한 38명의 임상 기록을 분석한 연구로, 평균 지능지수가 개입 시작 시 83.6에서 종료 시 107.9로, 적응 기능은 68.04에서 88.87로 올랐습니다. '자폐는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단정과 달리, 꾸준한 시도가 실제 발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특히 주목할 점: 회복한 아이들의 개입 시작 평균 연령이 약 40개월이었다는 점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시도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원장의 '시기가 중요하다'는 당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보호자를 위한 정리

  • "치료되지 않는다"는 말 앞에서 좌절하기보다, 아이의 몸 상태를 먼저 케어하는 시도부터 시작해 보세요. 시도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 아닙니다.
  • 시기가 중요합니다. 발달 지연을 일찍 알아챈 부모일수록,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아이의 몸을 돌보는 접근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정보는 스스로 찾고 공부하는 만큼 쌓입니다. 다만 방향 설정과 안전한 적용은 진료 상담을 통해 함께 잡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 같은 길을 걷는 다른 보호자의 시도를 깎아내리기보다, 서로의 발걸음을 응원해 주세요. 작은 시도들이 모여 길이 됩니다.

※ 본 칼럼은 원장의 임상 경험과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일반 건강정보이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적용은 진료 상담을 통해 안내드립니다.

댓글 0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