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유기산 검사

10화. 유기산 검사
소변을 모으는 건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아이가 아직 소변 의사 표현을 못 하는 상황에서 유기산 검사용 소변을 받는 건 아내의 몫이 됐다. 아침 첫 소변이 가장 정확하다. 아내는 새벽부터 기다렸다가 아이가 기저귀를 적시기 전에 받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몇 번 타이밍을 놓쳤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이야기를 저녁에 아내에게서 들으면서 나는 미안함을 느꼈다.
결국 소변 검체가 확보됐고, 결과가 돌아왔다.
유기산 검사 수치를 들여다보는 순간, 나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지표들이 낮아져 있었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였다. 거기에 MTHFR 유전자 변이 관련 대사 지표도 이상 범위에 걸쳐 있었다. 엽산 대사, 메틸화 회로. 이 경로가 막히면 해독 능력이 떨어지고, 신경계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숫자들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왜 아이가 그토록 피부가 붉었는지, 왜 잠을 자지 못했는지, 왜 언어가 오지 않는지. 하나하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들이 그 결과지 안에 있었다.
두려웠냐고? 솔직히, 그렇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동시에 안도됐다. 원인이 있다는 것은,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모르는 채로 막막한 것과, 알고서 길을 찾는 것은 다르다.
나는 결과지를 프린트해 파일에 넣었다. 이것이 이 아이의 기록이 될 것이다. 어떤 상태에서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올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향해 걸어야 할지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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