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새해 첫 혈액검사

16화. 새해 첫 혈액검사
2022년 1월. 달력이 바뀌어도 병원 루틴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새해 첫 검사이기 때문에 더 긴장이 됐다. 반 년 가까이 이어온 치료의 성과를 숫자로 처음 확인하는 날이었으니까. 채혈실 앞 의자에 아이를 앉혔다. 아이는 흰 벽을 바라보며 발을 앞뒤로 흔들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한 듯도 하고, 불안한 듯도 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였기에 표정을 읽는 것이 유일한 단서였다.
채혈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바늘을 준비하자 아이가 몸을 굳혔다. 팔을 잡아줬다. 아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말은 없었다.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팔뚝의 근육이 경직되고, 숨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아프다는 것을 말이 아닌 온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울지 않았다. 예전에는 주삿바늘만 봐도 진료실이 울음소리로 가득 찼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가 참기 시작했다. 참는 법을 배운 것인지, 아니면 이 상황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인지 — 어느 쪽이든, 그 변화가 새해 첫날의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결과가 며칠 뒤 나왔다. 6개월 전 수치와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염증 지표가 의미 있게 내려왔다. 특정 미네랄 수치가 정상 범위로 진입했다. 중금속 관련 마커도 일부 개선됐다. 반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항목들도 있었다 — 장 투과성 지표, 특정 비타민의 기능적 수준. 결과지를 앞에 두고 나는 의사의 시선으로 읽고, 다시 아버지의 시선으로 읽었다. 두 개의 시선은 같은 숫자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의사는 다음 조정 계획을 세웠다. 아버지는 잠깐 눈을 감았다. 더 빨리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 정도면 잘 가고 있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였다. 밥을 한 숟가락씩 받아먹으면서 아이는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멀리 보는 눈이었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 — 피곤한지, 편안한지, 아직 어딘가 불편한지. 말이 없으니 모두 짐작이었다. 그래도 나는 믿었다. 이 아이의 몸이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1월의 결과지는 그 믿음에 작은 근거를 하나 더 얹어주었다. 숫자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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