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봄, 치료의 리듬

20화. 봄, 치료의 리듬
봄이 왔다. 2022년, 아이가 두 돌 반을 향해 가는 봄이었다. 창문을 열면 바람의 결이 달랐다. 아이는 창가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말은 없었지만 표정에 뭔가가 있었다 — 좋다는 것을. 추위가 물러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처럼. 그 표정 하나로 충분했다. 겨울을 버텨낸 것들만이 봄의 온기를 저렇게 받아들인다.
반 년 가까이 달려온 치료의 리듬이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해독 주사의 주기가 조정됐다. 영양제 조합도 일부 바뀌었다. FMT는 완주했고, 장내 균총은 이식 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기산 검사를 다시 할 시점을 검토하면서, 미토콘드리아 지원 약제의 용량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첫 단계를 완주하고, 다음 단계의 지도를 펼치는 중이었다.
아이에게도 변화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수면이 안정됐다. 낮잠 없이도 저녁까지 버티는 날이 생겼다. 밥 먹을 때 자리를 이탈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리고 — 단어가 늘고 있었다. 1~2개 단어가 겨우 나오던 것이, 두 단어를 붙여 말하는 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줘." "또 해." 문장이라 부르기엔 짧았지만, 이 아이에게는 도약이었다. 아이가 새로운 표현을 쓸 때마다 나는 수첩에 날짜와 함께 그 말을 적었다.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이 아이가 말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봄은 원래 시작의 계절이다. 그러나 이 봄은 단순한 시작이 아니었다. 긴 겨울을 건너온 뒤에 맞이하는 봄이었다. 지난 반 년 동안 이 아이의 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조용히 일어났는지 — 그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세포가 연료를 받아들이고, 장이 새로운 균들을 품고, 면역이 조금씩 균형을 찾아가는 것들. 그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 봄이 되어 지면 위로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치료의 리듬은 계속됐다. 멈추지 않고, 급하지 않게, 이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