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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30화. 반복의 가치

30화. 반복의 가치

30화. 반복의 가치

아침 진료실에 들어서면서 나는 오늘도 같은 순서를 밟기 시작했다.

조명을 켜고, 의자를 당기고, 오늘 예약된 아이의 차트를 열었다. 9개월째였다. 처음 치료를 결정하던 12월부터 지금까지, 루틴은 쌓이고 또 쌓였다. 해독주사, FMT, 줄기세포, 감마글로불린. 그것들이 지금은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처음 해독주사를 맞히던 날이 떠올랐다. 바늘을 손에 쥐면서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아이가 울었고, 나는 그 울음 앞에서 의사와 아빠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무엇으로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지 몰랐다. FMT를 결정하던 날은 더했다. 근거는 있었지만 두려움도 있었다. 아이의 장에 낯선 무언가를 넣는다는 것,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 두려움이 결정을 느리게 만들었다.

지금은 그 두려움들이 조용해졌다.

반복이 그렇게 만들었다. 같은 행위를 거듭하면서 불안의 진폭이 줄었다. 단순히 익숙해진 것이 아니었다. 근거가 쌓였고, 아이의 몸이 반응을 보여줬고, 나는 그 반응을 읽으면서 방향을 조금씩 확인했다. 반복은 관성이 아니라 교정의 과정이었다. 매번 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나는 계속 읽고 있었다.

루틴 속에서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장이 먼저였다. FMT가 장 생태계를 바꾸면, 면역 체계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면역이 안정되면서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염증 부하가 줄었다. 장에서 면역으로, 면역에서 신경으로. 이 연결이 선명해지면서 조급함이 줄었다. 지름길은 없었다. 순서가 있었다. 그 순서를 알게 된 것이, 9개월이 내게 준 것이었다.

아이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나를 보지 않았다. 시선은 벽 어딘가에 닿아 있었다. 몸은 문 쪽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다. 나는 이제 그것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처치를 하고, 다음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것이 오늘 내 일이었다. 의사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반복의 가치는 결과가 아니었다. 매일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는 것, 그 걸음이 치료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이것을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이 9개월이 나에게 쌓아준 것이었다.

오늘도 루틴은 시작됐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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