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가을의 언어

38화. 가을의 언어
이 가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나는 아직 모른다. 다만 아이의 입에서 하루가 다르게 말이 태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언어치료는 그해 가을, 한 달에 스물다섯 번으로 늘어 있었다. 거의 매일. 아이의 하루는 치료실에서 시작됐다. 나는 매일 아침 아이를 차에 태우고, 치료실 문 앞에 내려주고, 복도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그 의자는 이제 내 몸에 맞게 닳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가을은 뭔가 달랐다.
단어들이 오기 시작했다. 한 번에 오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한 단어. 어떤 날은 아무것도. 그러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나타났다. "과자." "멍멍." "비." 정확한 발음도 있었고, 선생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도 있었다. 하지만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상황과 말이 연결돼 있었다. 아이는 이제 소리 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언어치료 선생님이 말했다. "요즘 희원이가 소리 내는 걸 놀이처럼 해요. 말이 재미있어졌나 봐요."
말이 재미있어졌다. 그 표현이 오래 남았다. 처음 언어치료를 시작했을 때, 말은 아이에게 과제였다. 해야 하는 것. 요구받는 것. 그런데 이제는 달랐다. 말이 놀이가 되고 있었다. 즐거움이 되고 있었다. 기능에서 기쁨으로 옮겨가는 것. 나는 그것이 언어 발달에서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인지 알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두 단어가 붙기 시작했다. "엄마, 와." "과자, 줘." "아빠, 있어." 이단어조합. 의과대학 교과서에서 배운 용어였다. 언어 발달의 이정표. 그런데 그 용어가 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실제 소리가 되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의학 용어가 아니었다. 내 아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언어로 확인하고 있었다.
어느 저녁, 아이가 거실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이가 블록을 쌓다가 나를 힐끗 봤다. 그리고 다시 블록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아빠, 여기."
나는 대답했다. "응, 여기 있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블록을 쌓기 시작했다. 확인이 끝난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언어도, 내 마음도, 그 계절을 따라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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