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찾았네

40화. 찾았네
숨바꼭질은 치료 놀이로 자주 쓰인다. 숨는 사람과 찾는 사람, 규칙을 이해하고, 역할을 번갈아 하며, 찾았을 때 말로 선언하는 것. 겉보기엔 단순한 놀이지만, 그 안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본 구조가 들어 있다. 나는 이것을 의사로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로서는, 그냥 아이와 숨바꼭질을 하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전까지는 불가능했다. 내가 커튼 뒤에 숨으면 아이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내가 없어진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결국 스스로 나와서 "아빠 여기 있다" 하고 말하곤 했다. 아이는 그때야 나를 쳐다봤다. 숨바꼭질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 — 숨는다, 찾는다, 발견한다 — 그 어느 것도 성립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2년 11월, 어느 날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내가 소파 뒤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이가 거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평소와 달랐다. 발소리가 여기저기로 움직였다. 무언가를 찾는 움직임이었다. 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부엌 쪽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소파 모서리를 돌아서 우리 눈이 마주쳤다.
"찾았네!"
아이의 입에서 그 말이 터져 나왔다. 선명하게, 또렷하게. 찾았네. 세 글자.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네가 숨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찾는 사람이다. 그리고 찾았다. 이 모든 인지 과정이 한 단어로 수렴되어 있었다.
나는 쪼그린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아이는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달랐다. 예전의 공허한 시선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 반응을 바라는 눈빛. 나는 두 팔을 벌렸다. 아이가 달려왔다. 안았다.
그날 우리는 오래 숨바꼭질을 했다. 아이도 숨었다. 커튼 뒤에 서서 두 발이 밖으로 그대로 나와 있었다. 나는 일부러 못 찾는 척 거실을 서성였다. "희원이 어딨지?" 아이가 커튼 뒤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커튼을 걷었다. "찾았다!"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온 집 안에 가득 찼다.
겨울 저녁이었다. 밖은 어둡고 추웠다. 하지만 거실은 따뜻했다. 나는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아주 오랜만에 어떤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냥 좋다고. 치료도, 검사도, 수치도 없는, 그냥 아빠와 아들의 저녁. 그게 가능한 날이 왔다는 것이, 그저 고마웠다.
아이가 다시 나를 봤다. "또!" 한 글자였다. 하지만 그 한 글자에 다음이 담겨 있었다. 다시 하자. 더 놀자. 나는 소파 뒤로 가서 다시 쪼그려 앉았다. 밖에는 겨울이 와 있었지만, 거실 안에서는 아이의 언어가 계절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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