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겨울, 27회

41화. 겨울, 27회
12월 달력을 들여다보면 숫자들 사이사이에 작은 동그라미들이 그려져 있었다. 수요일마다 하나씩. 1월부터 시작된 그 동그라미는 어느새 스물일곱 개가 되었다. 해독주사 27회차. 달력이라는 것은 참 묘한 물건이다. 똑같은 네모 칸인데 어떤 날은 그냥 숫자고, 어떤 날은 동그라미다. 우리 달력에는 동그라미가 많았다.
병원 접수창구에서 차트를 내밀자 간호사 선생님이 익숙한 얼굴로 말했다. "아, 또 오셨어요." 또. 그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맞다. 또 왔다. 어쩌면 그게 우리의 전부였다.
주사실에서 아이는 이제 울지 않는다. 소매를 걷어 팔을 내밀 때,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모든 두려움을 처리한다. 그 작은 팔뚝에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나는 여전히 심장이 조여든다. 27번을 보았지만, 27번 모두 같았다. 의사이면서도,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회차를 세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5회, 10회—숫자가 늘수록 기대와 좌절이 교차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숫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27번은 곧 27번의 출근이고, 27번의 소매 걷음이고, 27번의 "다 됐어, 잘했어"였다.
반복은 소모가 아니었다. 반복은 쌓임이었다. 달력의 동그라미들은 그냥 표시가 아니라 증거였다. 우리가 멈추지 않았다는,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 27번의 치료가 아이의 몸에, 아이의 마음에, 그리고 우리 사이에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병원을 나서는 길, 아이는 내 손을 꼭 쥔 채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절뚝거리지 않고. 멈추지 않고. 겨울 하늘 아래, 동그라미 스물일곱 개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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