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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43화. 새해의 다짐

43화. 새해의 다짐

43화. 새해의 다짐

1월 1일 아침, 진료실에 일찍 나왔다. 연휴라 병원 전체가 조용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새 차트를 꺼냈다. 올해의 첫 페이지는 언제나 하얗다. 그 하얀 종이 위에 나는 아이의 이름 석 자를 가장 먼저 적었다.

새해라고 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달력만 바뀔 뿐, 해독주사는 이번 주 수요일에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영양제 루틴은 계속되고, FMT 이후 관리도 이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연초의 이 고요함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올해를 어떻게 살아낼지 가늠하는 시간.

줄기세포 6차 이후 휴지기였다. 몸이 다음 치료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시간. 나는 이 '쉬는 시간'이 늘 불안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멈춰 있으면 퇴보하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의사로서 나는 안다. 회복에는 반드시 쉼이 필요하다. 세포가 새로 태어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오후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왔다. 연휴라 진료는 없었지만, 올해 첫 채혈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이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나를 봤다. 만 세 살. 내 아이는 이제 세 살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진료실에 들어오면 울기부터 했던 아이가, 이제는 내 책상 위에 뭐가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채혈을 준비하면서 나는 아이의 팔을 잡았다. 매일 하는 일이었다. 환자들의 팔을 잡고 혈관을 찾고 바늘을 넣는 일. 그런데 오늘은 새해 첫 채혈이라 그런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팔에 몇 번이나 바늘을 넣었을까. 내 손으로 직접, 내 아이의 팔에.

아이는 바늘을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몸을 조금 뒤로 젖혔다. 말은 없었다. 대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금방 끝나."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의 힘이 조금 풀렸다. 그게 아이의 대답이었다.

채혈이 끝나고 아이의 팔에 솜을 대고 있자니, 생각이 스쳤다. 올해의 다짐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치료 횟수를 늘리겠다거나 하는 다짐은 오히려 우리를 지치게 했다. 올해의 다짐은 단 하나였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

아이가 오늘 나를 잠깐 바라보면 오늘은 좋은 날이다. 아이가 채혈 후에 울지 않으면 오늘은 좋은 날이다. 수치가 어떻든, 치료 성적이 어떻든, 그것은 내가 의사로서 할 일이다. 아이에게는 그냥 오늘이 있을 뿐이다.

진료실을 나서면서 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먼저 잡은 것은 아니었다. 내 손이 닿자, 아이가 손가락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 작은 쥐기가 올해의 첫 신호였다. 나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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