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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39화. 모양 구분

39화. 모양 구분

39화. 모양 구분

치료 도구들은 대부분 알록달록하다. 색깔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다. 아이들은 그 차이를 배우면서 세상을 분류하는 법을 익힌다. 언어치료실에도 그런 도구들이 가득했다. 모양 맞추기 판, 색깔 별로 나누는 블록, 크기 순서대로 끼우는 링. 나는 의사로서 그 도구들의 치료적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빠로서는, 그 도구들이 내 아이의 뇌 안에서 어떤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상상할 뿐이었다.

2022년 10월 12일. 언어치료 일지에 이런 기록이 올라왔다.

"간식 시간. 선생님이 동그란 떡을 꺼내자, 희원이가 말했다. '선생님 거랑 다르게 생긴 떡이네.' 선생님은 네모난 떡을 먹고 있었고, 희원이 앞에는 동그란 떡이 놓여 있었다."

나는 이 기록을 읽으며 혼자 웃었다. 얼마나 정확한 관찰인가. 떡은 떡이지만, 모양이 다르다. 선생님의 떡은 네모, 내 떡은 동그라미. 이렇게 모양이 다른 것을 알아챈 것. 그리고 그것을 '다르게 생겼다'는 말로 표현한 것.

이 짧은 발화 안에는 여러 인지 능력이 들어 있었다. 먼저 기준 제시 — 선생님의 떡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 비교 — 두 대상을 겹쳐놓고 다른 점을 찾는 것. 범주화 — 모양이라는 속성을 추출해서 두 대상을 같은 범주 안에서 비교한 것. 언어화 — 그 인지 과정을 말로 꺼낸 것. 만 세 살의 아이에게 이것은 작은 도약이 아니었다. 사고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이 기록을 아내에게 보여줬다. 아내가 소리 내어 읽었다. "선생님 거랑 다르게 생긴 떡이네." 그리고 웃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걱정이 섞이지 않은 웃음.

우리는 그날 저녁, 치료 일지를 함께 넘겼다. 요즘 희원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선생님이 어떤 메모를 남겼는지.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우리는 아이가 치료실 안에서 쌓아올린 것들을 확인했다. 지치는 날에도 이 기록들이 말해줬다. 가고 있다고. 아이는 지금,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을 분류하고 있다고.

모양 구분. 언젠가 아이는 더 복잡한 것들을 분류하게 될 것이다. 감정을, 관계를, 세상의 일들을. 그 시작이 오늘, 동그란 떡과 네모난 떡 사이에 있었다. 그 사실이 나를 조용히 웃게 했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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