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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47화. 칭찬

47화. 칭찬

47화. 칭찬

그날 블록 탑은 거의 완성 단계였다.

희원이가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 탑이었다. 허리 높이쯤 됐을까. 색깔도 일정하지 않고, 간격도 들쭉날쭉했지만, 희원이에게는 그게 탑이었다.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보면서 작게 박수를 쳤고, 나는 치료실 밖 유리창 너머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오늘은 집중이 잘 되는 날이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였다. 선생님이 동작을 하다가 팔꿈치로 탑 아랫부분을 건드렸다. 쾅, 블록이 무너졌다. 몇 개는 바닥까지 굴렀다.

나는 긴장했다. 희원이는 이런 상황에 예민할 때가 있다. 쌓아놓은 것이 무너지면 굳어버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었다. 선생님도 당황한 표정으로 "어, 미안해" 하고 빠르게 말했다.

희원이가 쓰러진 블록들을 봤다. 선생님을 봤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잘했다."

나는 유리창 너머에서 그 말을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입 모양을 읽다가 소리로 확인했다. 선생님도 잠깐 멈췄다. 나도 멈췄다.

잘했다.

그 말이 얼마나 많이 들어온 말인지 나는 안다. 희원이는 매일 그 말을 듣는다. 치료실에서, 집에서, 어디서든. 잘했어, 희원아. 잘했다, 희원아. 강화를 위해, 칭찬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그 말을 썼는지. 그 말이 아이 안에 켜켜이 쌓여 있다가, 오늘 선생님한테 돌아간 거였다.

이 아이들에게 사회적 맥락을 읽는 것은 어렵다. 상대가 실망했는지, 민망한지, 위로가 필요한지. 그 감정을 눈치채고 말로 반응한다는 것은 발달의 어떤 층계를 올라섰다는 뜻이다. 희원이가 그걸 오늘 했다. 선생님이 블록을 쓰러뜨린 그 순간, 무언가를 감지하고 들어온 말을 돌려줬다.

물론 완전한 공감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단순한 패턴 반응일 수도 있다. 뭔가 실수 같은 일이 생기면 "잘했다"고 하는 회로가 생긴 걸 수도 있다. 의사인 나는 자꾸 그런 생각을 한다. 확인하고, 검증하고, 의심한다. 그래야 틀리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날은 그냥 믿기로 했다.

치료실 안에서 선생님이 웃었다. 희원이도 웃었다. 둘이 함께 바닥의 블록을 다시 주웠다. 나는 유리창에 손을 얹고 한참 그 모습을 봤다.

집에 돌아와 아내한테 제일 먼저 그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눈이 커졌다가 금세 눈물이 맺혔다. 우리 둘 다 왜 우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울었다.

"선생님 잘했다."

그 한마디가 우리가 기다려온 것의 한 조각이라는 걸, 부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칭찬이라는 사회적 도구를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바깥을 향해 썼다.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으로. 그 방향이 바뀐 날이었다.

오늘 희원이 안에 작은 사회가 생겼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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