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상해

59화. 상해
인천공항은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아이는 캐리어 손잡이를 꼭 쥐고 걸었다. 내가 끌고 있는 캐리어였는데 아이가 자꾸 자기 손으로 잡으려 했다. 빼앗기는 싫다는 게 아니라, 같이 잡고 싶은 것 같았다. 나는 속도를 줄였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캐리어를 끌며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상해행 비행기.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 검토했다. 언어치료, 감각통합, 놀이치료, 행동치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을 때, 나는 의사로서 공부했다. 줄기세포 치료의 기전, 임상 사례, 안전성 데이터. 확신보다는 가능성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래도 선택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싶었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아이는 창밖을 봤다. 구름이 가까워지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내 팔을 잡았다. 무섭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잡았다. 나는 그 손을 잡아줬다.
낯선 땅이었다. 공항에서 병원까지 이동하는 내내 아이는 조용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 간판의 글자가 달랐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달랐다. 아이는 감각에 예민한 편인데 생각보다 잘 버텼다. 병원 복도에서 잠깐 얼어붙었다. 나는 아이 눈높이에서 쪼그려 앉았다. "아빠 여기 있어." 아이가 나를 봤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첫날 밤, 낯선 호텔 방. 아이는 가져온 블록을 꺼내 바닥에 늘어놓았다. 어디서나 하는 일을 여기서도 했다. 그게 좋았다. 낯선 곳이어도 아이만의 루틴은 살아있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내일의 치료 일정을 다시 확인했다. 아이의 쌓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왜 이 먼 곳까지 왔는가. 국내에 없는 선택지를 찾아서. 의사인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서. 그 이유 앞에서 비행시간도, 낯선 언어도, 긴 이동도 크지 않았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아이는 블록을 다 쌓고 나서 내 쪽을 봤다. "아빠." 불렀다. 나는 대답했다. "응."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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