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언어의 폭발

60화. 언어의 폭발
어느 날부터였다.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냥 어느 날, 아이의 말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상해에서 돌아온 것이 봄이었다. 5월쯤부터 뭔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았다. 단어가 늘었다. 이전에도 단어는 있었지만, 이번엔 쓰임새가 달랐다. 맥락 안에서 나왔다. 밥을 먹다가 "이거 맛있어"라고 했다. 말을 하려고 준비한 것처럼이 아니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그게 달랐다.
여름이 되자 문장이 길어졌다. "아빠, 이 블록 어디 있어?" 찾고 있는 물건을 말로 물었다. 전에는 그냥 방을 돌아다니거나 내 손을 끌었을 것이다. 이제는 말로 물었다. 작은 것 같지만, 그게 얼마나 큰 도약인지 나는 알았다. 질문을 만들어 냈다는 것. 내가 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9월에는 웃기는 말을 했다. 누나가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는데, 아이가 보고 피식 웃더니 말했다. "누나 넘어져." 그리고 또 웃었다. 놀리는 건지 그냥 상황 묘사인지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는 그 장면에서 서로 눈이 마주쳤다. 이 아이가 지금 농담을 한 건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웃으며 말했다. 그 자체로 이미 뭔가였다.
수문이 열린다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수문이 갑자기 열린 게 아니라는 걸 안다. 3년이었다. 아이가 처음 진단을 받은 날부터 지금까지. 언어치료실을 다닌 날들. 선생님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있던 날들. 집에서 단어 카드를 보며 연습하던 날들. 발음이 안 되어 울음으로 대신하던 날들. 그 모든 날이 지금 이 문장 하나 안에 들어 있다.
언어는 기적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기적이라는 말은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에 쓴다. 하지만 이 아이의 말은 이유가 있다. 3년의 치료가 있었고, 3년의 기다림이 있었고, 3년의 하루하루가 있었다. 그 축적이 오늘을 만들었다.
만 네 살 열한 달의 아이가 저녁을 먹으며 말했다. "아빠, 나 이거 더 먹을래." 더. 그 단어가 좋았다. 더 먹고 싶다는 욕심. 말로 표현된 욕심. 나는 그릇에 더 담아줬다. 아무 말 없이. 이게 일상이면 좋겠다. 이 말들이 앞으로도 계속,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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