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11차

65화. 11차
체중계 숫자는 21.8이었다.
진료실 체크인을 하면서 간호사가 불러준 숫자. 나는 속으로 한 번 더 되뇌었다. 이십일점팔 킬로그램. 희원이는 체중계에서 내려오면서 "많이 쪘어?" 하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많이 컸지"라고 했다.
열한 번째 줄기세포 치료였다.
4년 전 처음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희원이는 얼마나 작았던가.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말이 거의 없었다. 대기실 의자에 혼자 앉혀두면 어딘지 모를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때 그 눈빛을 기억한다. 세상과 자기 사이에 유리 한 장이 있는 것 같은 눈빛. 나는 그 유리를 깨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깰 수 있다는 걸 믿고 싶었다.
11차를 맞이하는 날, 희원이는 병원 복도를 걸어 들어오면서 "여기 저번이랑 달라졌어"라고 했다. 벽 색깔이 바뀐 것을 알아챈 것이었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하는 동안엔 옆에 앉은 나에게 "아빠 오늘 뭐 먹을 거야"라고 물었다. 치료 전인데, 식사 얘기를 했다. 긴장이 없었다. 아니, 긴장을 삭이는 법을 배웠다.
치료는 끝나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끝이 있는 치료인지도 불확실하다. 나는 의사로서 그것을 안다. 완치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영역이 있다. 희원이의 길은 그런 영역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걸어온 길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끝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더 선명하다.
두려움은 줄었다. 처음엔 치료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희원이가 울까봐, 버티지 못할까봐, 너무 힘들어할까봐. 나도 무서웠다. 부모는 아이 앞에서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그런데 11번을 반복하면서 두려움이 닳았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그것을 들고 걸어갈 수 있다.
치료를 마치고 나오면서 희원이가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었지만 꽉 쥐었다. "배고파." "그래, 밥 먹으러 가자." "고기 먹고 싶어." "그래, 고기 먹자."
우리는 그렇게 병원을 나왔다.
11차가 지나갔다. 숫자 하나가 쌓였다. 희원이의 몸에, 나의 기억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 다음이 있을 것이다. 12차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날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두렵지 않다는 말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11번을 왔으니까, 12번도 올 수 있다. 희원이가 그 손을 내밀 것이고, 나는 그 손을 잡을 것이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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