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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66화. 새로운 진단

66화. 새로운 진단

66화. 새로운 진단

2월의 진료실은 유독 조용했다. 창밖으로 얇은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고, 내 책상 위에는 검사 결과지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아침 진료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고페닐알라닌혈증.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의과대학에서 배웠고, 교과서에서 읽었고, 환자 차트에서 몇 번쯤 마주쳤던 단어. 그런데 그게 내 아이의 이름 옆에 적혀 있으니, 잠깐 손이 멈추었다.

나는 펜을 들어 차트에 한 줄을 추가했다. "또 시작이네." 혼자 중얼거렸다. 무겁지 않게. 그냥 사실로서. 여기에 하나가 더 붙었다는 것을, 이걸 이제부터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 감정이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지금은 낯설지 않았다. 그게 묘했다.

처음 아이에게 발달지연 진단이 내려지던 날을 떠올렸다.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의사이면서 아빠였는데, 두 역할이 동시에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의사로서는 다음 단계를 계획해야 했고, 아빠로서는 그냥 한참 울고 싶었다. 결국 병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 혼자 앉아, 한참을 그랬다. 진단이라는 단어가 선고처럼 들렸다. 이 아이의 앞날이 그 두 글자 안에 압축된 것 같아서, 도저히 숨을 고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달라져 있었다.

결과지를 다시 천천히 읽었다.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 활성이 충분하지 않아 혈중 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 대사 질환. 아이의 수치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 식단에서 페닐알라닌 함량이 높은 단백질 식품을 조절하고, 주기적으로 혈중 수치를 확인하면 된다. 오메가3를 비롯한 영양 보조도 신경 써주면 좋다.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것이지만,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치료 불가능한 병이 아니었고, 아이의 삶을 뒤집어놓을 선고도 아니었다.

발달지연 진단을 받고 처음 몇 달은, 모든 게 그 이름으로 설명되는 것 같았다. 말이 늦는 것도, 눈을 잘 맞추지 않는 것도, 특정 소리에 반응이 없는 것도. 진단명이 아이의 전부가 된 것 같은 시간이 있었다. 그 이름 아래 아이를 넣어두고,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고 자랐다.

TMS를 받으러 갈 때마다 낯선 기계 앞에서 버텼고, 언어치료실에서 조금씩 입을 열었고, 어느 날은 내 이름을 불렀고, 어느 날은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을 직접 골라서 틀었다. 진단명이 아이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배웠다. 진단은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게 아니었다. 지금 어떤 조건 위에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좌표였다.

고페닐알라닌혈증도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이었다.

차트에 한 줄이 늘었다는 건, 내가 아이에 대해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무엇을 더 살펴야 하는지. 두려움이 아니라 정보로 받아들이는 법을, 이 몇 년 사이에 조금씩 배워왔다.

진료실 밖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수 직원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점심에 뭘 먹었다는 이야기 같았다. 또박또박, 자기 순서를 지키면서. 나는 결과지를 파일에 정리하고 다음 진료를 시작했다. 진단은 문장이 아니다. 관리하면 되는 조건일 뿐이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했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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