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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68화. 커피

68화. 커피

68화. 커피

그날 언어치료실에 들어섰을 때, 선생님이 조금 피곤해 보였다.

눈 밑에 옅은 그늘이 있었고, 평소보다 목소리가 낮았다. 나는 그냥 지나쳤다. 어른들은 다들 그렇게 사는 거니까. 그런데 아이가 먼저 알아챘다.

"선생님, 피곤해요?"

아이의 질문에 선생님이 잠깐 멈추었다. "어? 조금."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이가 나를 돌아보았다. "아빠, 선생님한테 커피 사줘요."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아이는 이미 내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배달 앱을 열었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훑기 시작했다. 커피를 검색했다. 카페 목록이 떴다. 진지하게 메뉴를 들여다보았다. "선생님은 아이스 커피 좋아해요, 따뜻한 거 좋아해요?"

선생님이 웃었다. "따뜻한 거."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화면을 눌렀다.

나는 그 장면을 그냥 바라보았다. 말리지 않았다. 결제 직전까지 가서 내가 살짝 가로막긴 했지만, 그 과정 자체를 끊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ASD 아이에게 공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먼 길인지를 나는 알고 있다.

처음에 아이는 자기 세계가 전부였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만 있었고, 싫어하는 것이 있으면 그게 세상의 전부였다. 옆 사람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가 아이의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그건 나쁜 게 아니었다. 아이의 뇌가 아직 그 신호를 처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시간과 반복과 수없이 많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연습이 이 결과를 만들었다.

피곤해 보이는 선생님을 알아채고,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 세 단계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긴 여정이었다. 타인의 상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것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반응을 선택하는 것까지. 수년의 치료와 연습이 그 안에 다 들어가 있었다.

커피는 결국 도착하지 않았다.

배달 최소 금액이 안 됐고, 결제도 내가 막았다.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끝까지 진지했다. "그럼 다음에 아빠가 사줘요."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나를 보며 "약속이야"라고 덧붙였다.

나는 약속했다.

치료실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커피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 온도는 분명히 거기 있었다. 선생님의 눈가에 피로 대신 웃음이 생긴 것만으로도, 아이가 한 일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커피 한 잔이 배달되지 않아도, 그 마음은 충분히 닿았다. 아이가 드리려 했던 커피는, 어쩌면 내가 지금껏 마신 것 중 가장 따뜻한 것이었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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